몸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는 요즘입니다. 외출할 땐 마스크를 챙기고, 집에 오면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어내지요. 신경 써야 하는 일도, 챙길 물건도 너무나 많습니다. 지속되는 답답한 날들에 지친 게 몸인지 마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마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눈에 보이는 몸은 정성껏 돌보고 있는데, 내 근간을 이루는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한 건 아닌지를요. 여러분의 마음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마음을 잘 돌보고 계시나요?
어떤 사물은 때때로 우리에게 소소한 안도감을 줍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집처럼, 가끔은 그런 물건들이 마음 한구석 빈 공간을 채워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또 같은 물건이라도 내가 고른 디자인, 내가 사용하는 방식대로 길들여진 사물의 모습을 보며 이처럼 나 자신을 반영하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있는 줄도 몰랐다가 막상 잊어버리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빈자리는 사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사람의 마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여러분을 안심하게 만드는 사물은 무엇인가요? 그 물건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번 글을 통해 일상 속에서 나에게 평온을 주는 물건은 무엇인지 찬찬히 사유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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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첩
매번 새것의 상태로 굴러다니는 수첩은 아무래도 적히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언제든지 내가 멋진 생각과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를 내포하는 것이 수첩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평소 웬만한 메모는 전부 핸드폰 메모장이나 ‘나와의 채팅’같은 곳에 기록하면서도, 꼭 실물의 수첩 하나쯤은 갖고 있는 이유는 왠지 수첩이 없으면 정말 중요한 순간에 때마침 떠오른 기가 막힌 생각이나, 어딘가에 써먹을 말이나, 인생을 바꿀만한 아이디어를 기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것 같은 불안함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고르고 골라 멋진 디자인의 수첩을 사고 나면 막상 글을 쓰기엔 너무 작거나, 너무 거추장스럽거나, 들고 다니기 무겁다거나 하는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이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수첩을 잘 사용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기록하는 시간을 억지로 갖는 방법뿐인 것 같아요. 잠들기 전, 혹은 눈 뜨고 일어나 1분 동안 어떤 잡소리라도 좋으니 딱 한 줄의 글을 적어보는 걸로 시작한다면 분명 언젠가는 머릿속에 나만의 생각들이 넘쳐흘러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영어일기를 시도해 보신 분이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처음에는 한 줄도 쓰기 어려웠던 일기가 어느순간 할 말이 너무 많아 수습이 안 될 정도로 길게 쓰게 되잖아요. 수첩을 채워 나가는 것도 그렇게 시작하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멋진 생각만 담으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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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페이지의 비어있는 책으로서(노트가 아닙니다)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책입니다. 지금에서야 무지 노트 제품이 많지만 처음 나왔을 땐 사기에 가까운 마케팅으로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노트, 아니 책인데요. 원서는 실제로 저자도 있고 ISBN도 등록이 된 엄연한 책이랍니다. 노트 버전으로 1,000원 정도의 가격에 구매하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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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가의 이불
이상하게 본가에만 가면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 해본 적 있으신가요? 독립해서 현재 지내고 있는 자취방과는 또 다른, 그 어떤 고급 호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원초적인 안정감과 편안함이 있어요. 내가 직접 골라서 산 세련된 이불보다 훨씬 촌스러운 디자인의 후줄근한 본가의 이불의 감촉을 느끼는 순간 어디서 졸음 가루를 뿌리는 건지 버틸 수 없는 나른함과 졸음이 쏟아집니다. 시간의 겹이 쌓인 살림살이에서 나는 집 냄새, 과거로 돌아온 듯한 빛의 색, 간간이 들리는 집 밖의 소음들까지. 모든 게 그대로라는 사실이 우리를 안심하게 만들고, 그제서야 평소에 얼마나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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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날로그 시계
집 안에 혼자 있을 때 초침 소리만 척, 척 흘러가는 걸 듣고 있노라면 마음은 고요해지고, 감각은 예민해져 점점 초침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그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답이 없는 걱정도, 날 서 있는 감정도 사라진 채 그저 움직이는 초침의 속도에 따라 현재에 머무르게 됩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아날로그 시계가 꼭 하나씩은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디지털 시계로 대체되어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제는 아날로그 시계로는 시간을 볼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고요. 디지털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 시계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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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시계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LBB. 'Less But Better'의 약자로 대구에 있는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입니다. 1970년대의 시계 외에도 다양한 빈티지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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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모님과 살던 집에는 수석까진 아니지만 아버지가 돌아다니시다가 탐석해오신 돌이 많았습니다. 쓸모없이 거실 공간만 차지해 애물단지처럼 느껴졌었는데, 어느덧 독립할 때가 되어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을 때 집에 둘 만한 멋진 물건으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그 돌들이었습니다. 광물은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일상 공간에서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최소한의 ‘가구’이자 ‘오브제’가 아닐까 합니다.
식물은 집에 들이는 순간 인간의 손길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고, 또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반면 수석은 물을 줄 필요도 없고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평생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시간의 개념을 뛰어넘는 안도감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여러 샵에서 크리스털 원석 등 예쁜 광물을 오브제로서 많이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그러지 말고 직접 탐석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이 아닌, 나만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여행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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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응대 페이지>라는 것을 만들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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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핸드 스토어에 와주신 고객님께는 무조건 1:1 응대를 해드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상치 못하게 매장이 너무 혼잡해지거나, 아니면 응대 받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고객님을 만나게 될 경우에는 아무래도 세심한 응대가 어려워 아쉬울 때가 있었어요. 정신없는 와중,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며 카탈로그를 펼치고 열심히 혼자서 시향하시는 고객님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고😭 저희가 다가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래도 응대 받으시면 훨씬 좋아하실 텐데, 해치지(?) 않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숨긴 채 물러나고는 합니다.
그런 여러가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응대 페이지를 개설했어요. ‘나는 혼자서 조용히 느긋하게 구경하고 싶다!’, ‘말 보다 글이 편하다!’, ‘나는 극도의 I(내향형)다!’, ‘1:1 응대는 부담스럽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저희의 오프라인 응대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았습니다.
그랑핸드의 모든 향에 대한 설명부터 활용 팁, 그리고 이때다 싶어 늘어놓은 TMI까지 만나보실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글이 너무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또한 용량이나 가격대별 맞춤 선물 등 방문하시는 고객님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 부분만 골라서 요약정리까지 되어있답니다. 온라인 응대 페이지는 오직 오프라인 매장 내 QR 코드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지만,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에게도 소개해드리고 싶어 아래 링크를 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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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일하고 있나요? EP.02 '벌써 일 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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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물인 ‘모두 일하고 있나요?' 두번째 이야기는 입사하신지 1년이 된 팀원분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절반 이상이 중도 포기를 하거나 탈락하는 그랑핸드만의 혹독한 인턴 기간과 평가를 거치고, 병아리 같은 신입사원을 거처 어느덧 매니저 진급 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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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가 그리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했습니다. 삶 또한 언제나 명과 암이 공존하고, 때로는 그것이 서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이라는 감정을 갖고 예측 불가능한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3월, 그랑핸드가 영상으로 담은 일상은 ‘실루엣 Silhouette’ 입니다. 이유없이 괜히 바라보게 되고,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았던 일상의 순간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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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핸드의 1/4분기 일상 보고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엔 길고, 저널이 되기엔 짧았던 팀 그랑핸드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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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e. 브리드는 독자투고를 받습니다.
브리드에 ‘향’과 관련된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글을 보내주세요. 향기, 냄새에 얽힌 개인적인 사연이나 향에 대한 여러분만의 생각, 그랑핸드의 향을 통해 떠오른 느낌, 나만의 상상과 이야기 등 향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어떤 형태의 글이든 좋습니다. 좋은 글은 이따금 선정하여 브리드나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해 드릴 예정이오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필수 기재 사항: 메일 제목에 '독자투고' 기재
- 선택 기재 사항: SNS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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