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Breathe 브리드'는 성함을 밝히지 않으신 누군가의 독자투고 글로 시작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향은 중학교 시절 등굣길에 나던 새벽 내음이었습니다. 그 냄새가 좋아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일찍 등교를 했어요. 학교 문이 열리지 않은 이른 시간에 운동장 벤치에 앉아 할 수 있는 가장 큰 숨을 들이마시며 ‘이 순간은 꼭 기억할 거야’ 다짐하곤 했습니다.
한 번은 친구의 추천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그랑핸드 남산점을 방문하게 되었어요. 남산 주변을 구경하다 늦은 저녁에 들른 그곳은 마치 비밀의 화원 같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나던 향이 모든 것을 낭만적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오는 길에 각자 좋아하는 향으로 핸드크림을 선물해 주자고 했기에 매장에서 여러 향을 시향 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직원분께서 저희가 서로 높임말을 쓰자 처음 만나신 거냐 물으시더라고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높임말을 쓰고 있다고 수줍게 말씀드렸습니다.
서로에게 핸드크림을 선물해 주고 둘 밖에 없는 라운지에서 ‘우리’에 대한 얘기를 오순도순 나누던 그 시간. 그때 선물 받은 핸드크림을 쓸 때마다 당시 몽글거리던 감정이 떠오릅니다. 공간의 향과 분위기, 서울의 야경, 그리고 함께한 사람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날. 지금 저희는 더 이상 높임말을 쓰지 않고, 관계는 더욱 깊어졌지만, 그래도 완벽했던 그날을 한 번씩 떠올리기 위해서는 그랑핸드의 향이 꼭 필요합니다. 그때 선물 받은 핸드크림을 거의 다 써가고 있으니 조만간 다시 방문할 거에요. 그러면 향으로 추억할 또 다른 하루가 만들어지겠지요? 제 인생이 향기로운 추억들로 가득하길 바라며 작지만 소중하고 아끼는 기억을 보내드립니다.” |